위상적 불변량들

일반적으로 우리는 수학적 대상들이 주어졌을 때 이들 대상을 (isomorphism에 대하여) 분류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가령 집합들은 그 크기로 완전히 분류되고, $\mathbb{k}$-벡터공간들은 그 차원으로 완전히 분류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classification은 쉬운 일이 아니며, 위상공간 또한 그러하다.

우리가 앞선 글에서 정의한 위상공간의 호몰로지들은 functoriality에 의하여 위상적인 불변량들이다. 즉, 만일 두 위상공간 $X$와 $Y$가 homeomorphic하다면 이들은 homologous하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상공간을 완전히 결정하는 위상적 불변량을 찾는 것이 우리의 희망 중 하나가 될 것이지만, 다음의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정리 1 (Markov 1958) 4차원 이상의 두 topological manifold가 서로 homeomorphic한지 알려주는 유한한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브하게 바꿔 말하면, 만일 임의의 위상공간이 서로 homeomorphic한지를 알려주는 위상적인 불변량이 존재한다면 이 불변량을 계산하는 적절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위상적인 불변량들은 어떠한 두 위상공간이 homeomorphic하다는 것을 증명할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두 위상공간이 homeomorphic하지 않다는 것을 보일 때만 유용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호모토피 동형

이번 글에서 소개할 호모토피 동형은, 마찬가지로 어떠한 두 위상공간이 homeomorphic하지 않음을 보일 때 유용하며, 뿐만 아니라 호몰로지가 정의하는 equivalence보다 더 섬세하기도 하다. 즉, 다음의 함의관계

\[X,Y\text{ homeomorphic}\implies X,Y \text{ homotopically equivalent}\implies X,Y\text{ homologous}\tag{$\ast$}\]

가 성립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호모토피 동형은 호몰로지에 비하여 조금 더 기하학적으로 직관적이기도 하다.

정의 2 두 위상공간 $X,Y$ 사이의 연속함수들 $f_0,f_1:X \rightarrow Y$이 주어졌다 하자. 그럼 $f_0$와 $f_1$이 homotopic호모토픽하다는 것은 연속함수 $F:X\times [0,1]\rightarrow Y$가 존재하여 다음 두 식

\[F(x,0)=f_0(x),\qquad F(x,1)=f_1(x)\tag{1}\]

이 모든 $x\in X$에 대해 성립하는 것이다. 이 경우, $F$를 $f_0$과 $f_1$ 사이의 homotopy호모토피라 부르고, $f_0$과 $f_1$ 사이의 homotopy가 존재하면 이를 $f_0\simeq f_1$로 적는다.

직관적으로 이는 $f_0$을 연속적으로 변형하여 $f_1$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위의 정의에서, 연속함수 $F$가 주어지는 것은 연속함수들의 family $(F(-,t))_{t\in[0,1]}$가 주어지는 것과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f_0$과 $f_1$ 사이의 homotopy $F$를 $(f_t)_{t\in[0,1]}$와 같이 적기도 한다.

명제 3 관계 $\simeq$는 $C(X,Y)$ 위의 동치관계이다.

증명
  1. 우선 $\simeq$는 reflexive하다. 이는 임의의 $f\in C(X,Y)$에 대하여, $F(x,t)=f(x)$로 정의하면 이것이 $f$와 자기 자신 사이의 homotopy를 정의하기 때문이다.
  2. 그리고 $\simeq$는 symmetric하다. $f_0\simeq f_1$이라 가정하면, 식 (1)을 만족하는 homotopy $F$가 존재한다. 이제 $\tilde{F}(x,t)=F(x,1-t)$로 정의하면 $\tilde{F}$는 연속함수이며 두 식

    \[\tilde{F}(x,0)=f_1(x),\qquad\tilde{F}(x,1)=f_0(x)\]

    을 만족한다. 따라서 $f_1\simeq f_0$이 성립한다.

  3. 마지막으로 $\simeq$는 transitive하다. $f_0,f_1,f_2\in C(X,Y)$가 $f_0\simeq f_1$, $f_1\simeq f_2$를 만족한다 하자. 그럼 두 homotopy $F_0(x,t)$와 $F_1(x,t)$가 각각 존재하여 $F_0(x,0) = f_0(x)$이고 $F_0(x,1) = f_1(x)$, $F_1(x,0) = f_1(x)$이고 $F_1(x,1) = f_2(x)$를 만족한다. 이제 $F(x,t)$를 다음의 식

    \[F(x,t) = \begin{cases} F_0(x,2t) & \text{if } 0 \leq t \leq \frac{1}{2} \\ F_1(x,2t-1) & \text{if } \frac{1}{2} \leq t \leq 1 \end{cases}\]

    으로 정의하면, $F$가 $f_0$과 $f_2$ 사이의 homotopy가 된다.

기본적으로 homotopic이라는 동치관계는 위와 같이 함수들에 대한 것이다. 허나 이를 사융하면 다음과 같이 두 위상공간이 호모토피 동형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정의해줄 수 있다.

정의 4 두 위상공간 $X,Y$가 homotopically equivalent호모토피 동형이라는 것은 두 연속함수 $f:X\rightarrow Y$, $g:Y\rightarrow X$가 존재하여 $f\circ g\simeq \id_Y$이고 $g\circ f\simeq\id_X$인 것이다.

이 때,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두 함수 $f,g$를 각각 homotopy equivalence호모토피 동형사상이라 부른다.

예시 5 임의의 자연수 $n$에 대하여, 유클리드 공간 $\mathbb{R}^n$은 one-point space $\{\ast\}$와 homotopically equivalent하다. Homotopy equivalence는

\[f:\mathbb{R}^n \rightarrow \{\ast\};\quad x\mapsto \ast,\qquad g:\{\ast\}\rightarrow \mathbb{R}^n;\quad \ast\mapsto 0\]

으로 주어진다. 그럼 $f\circ g=\id_{\{\ast\}}$인 것은 자명하고, $g\circ f\simeq \id_{\mathbb{R}^n}$의 경우는 변수 $t\in[0,1]$에 대하여 연속함수 $t\cdot\id_{\mathbb{R}^n}$를 다음의 식

\[t\cdot\id_{\mathbb{R}^n}:\mathbb{R}^n\rightarrow \mathbb{R}^n;\qquad \mathbf{x}\mapsto t\mathbf{x}\]

로 정의하면 된다.

완결성을 위해 우리는 함의관계 ($\ast$)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는 더 일반적인 다음의 명제에 의해 얻어진다.

명제 6 연속함수 $f_0,f_1:X\rightarrow Y$에 대하여, 만일 $f_0,f_1$가 homotopically equivalent라면 $C_\bullet(f_0), C_\bullet(f_1)$는 chain homotopic하다. ([호몰로지 대수학] §호몰로지, ⁋정의 5)

증명

즉, 정의에 의해 다음의 식

\[C_n(f_1)-C_n(f_0)=\partial_{n+1}^Y h_n+h_{n-1}\partial_n^X\tag{1}\]

를 만족하는 $h_n:C_n(X) \rightarrow C_{n+1}(Y)$을 만들어야 하며,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연속함수

\[F:X\times I \rightarrow Y\]

이고 정의에 의하여 $C_n$의 원소는 $\Delta^n$에서 $X$로의 연속함수이므로 다음의 합성

\[F\circ(\sigma\times\id_I):\Delta^n\times I \rightarrow Y\]

이 잘 정의된다. 우리는 우선 이것을 이용하여 $C_{n+1}(Y)$에 속하는 원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 연속함수의 정의역 $\Delta^n\times I$는 $(n+1)$-simplex가 아니므로 이 대응 자체는 $C_{n+1}(Y)$에 속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이를 $(n+1)$-simplex들의 합으로 쪼개어 이를 통해 chain homotopy를 정의할 것이다.

정의역 $\Delta^n\times I$의 밑면 쪽($t=0$) 꼭짓점들을 $v_0,\ldots, v_n$이라 하고 윗면 쪽($t=1$) 꼭짓점들을 $w_0,\ldots,w_n$이라 하자. $n=2$인 경우가 아래 그림에 그려져 있다.

그럼 우리는 이들을 $(n+1)$개의 $(n+1)$-simplex들

\[[v_0,\ldots, v_n,w_n],\quad [v_0,\ldots, v_{n-1}, w_{n-1}, w_n],\quad\ldots,[v_0,w_0,\ldots, w_n]\]

으로 나눌 수 있고 마찬가지로 $n=2$인 경우를 그리면 다음과 같다.

이 분해를 이용하여 다음의 식

\[h_n(\sigma)=\sum_i (-1)^iF\circ(\sigma\times\id_I)\vert_{[v_0,\ldots, v_i, w_i,\ldots, w_n]}\]

으로 정의할 수 있고, 이것이 식 (1)을 만족한다는 것은 단순한 계산의 결과이다.

따라서 homotopic한 연속함수들은 homology 상에서 같은 함수를 유도한다. ([호몰로지 대수학] §호몰로지, ⁋명제 6) 특히 만일 두 공간 $X,Y$가 homotopically equivalent이고 $f:X \rightarrow Y$와 $g:Y\rightarrow X$가 정의 4와 같이 주어졌다면 두 공간의 homology $H_\bullet(X)$와 $H_\bullet(Y)$가 같다.

이제 남은 글에서 우리는 homotopy equivalence의 기하학적 의미를 조금 더 살펴본다.

Deformation retract

많은 경우 homotopically equivalent한 두 공간은 deformation retract라 부르는 변형의 결과로 나타나며, 뿐만 아니라 이들은 (다소 뜬금없이 던져진 정의 2에 비하여) 어느정도 기하학적으로 연관관계도 있다. 이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retraction을 정의해야 한다. ([집합론], §Retraction과 section, ⁋정의 2)

정의 7 위상공간 $X$와 그 부분공간 $A$가 주어졌다 하자. Canonical inclusion $\iota:A\rightarrow X$에 대하여, 식 $r\circ\iota=\id_A$를 만족하는 연속함수 $r:X\rightarrow A$가 존재한다면 $r$을 부분공간 $A$로의 (continuous) retraction수축이라 부르고, 이 때 $A$를 $X$의 retract수축이라 부른다.

집합론의 관점에서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 $r$은 항상 존재하지만, 핵심은 이 함수 $r$이 연속이라는 것이다.

예시 8 가령 차원 상의 꽉 찬 원판 $D^2$와 그 경계 $S^1$에 대하여, $D^2$에서 $S^1$으로의 retraction이 존재하지 않음이 알려져 있다. 만일 retraction $r:D^2\rightarrow S^2$이 존재한다면, $H_n$의 functoriality로부터

\[H_n(r)\circ H_n(\iota)=H_n(r\circ\iota)=H_n(\id_{S^1})=\id_{H_n(S^1)}\]

이 모든 $n$에 대해 성립할 것이다. 특히 $H_n(\iota):H_n(S^1)\rightarrow H_n(D^2)$는 injective여야 한다. 그런데

정의 9 위상공간 $X$와 그 부분공간 $A$가 주어졌다 하고, $r:X\rightarrow A$가 retraction이라 하자. 만일 $\id_X$에서 $r$로의 homotopy $F$가 존재한다면, 이를 $A$로의 deformation retraction변형 수축이라 부르고, $A$를 $X$의 deformation retract변형 수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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