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 Layout: 80% TKL
- Size: 355✕138✕34mm
- Front Height:19mm
- Weight: 2.38kg
- Color:
- Electrophoresis: White, Beige, Blue, Yellow, Purple, Pink
- Anodized: Silver, Black, Warm silver, Black, Navy, Red
- VIA compatibility: O
리뷰
Crush80은 예전부터 유명했던 Rainy75의 후속작으로, Rainy75의 75% 배열 대신 TKL 배열을 채택한 모델이다. 초기버전은 스테빌 이슈를 포함해서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리부트 이후 버전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가격을 보면 된다.
알루미늄 TKL 키보드로 10만원 언저리에 구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지만 패키지 구성을 보면 더 놀라운데, 기성품 키보드답게 조립이 완료돼서 오지만 취향에 맞게 보강판을 교체할 수 있도록 알루미늄 보강판이 같이 오고, 키보드 하드 파우치와 그냥 천 재질의 파우치, 그 외 가스켓 및 범폰 등dml 다양한 여분 부품들이 같이 온다.
기성품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키보드를 받자마자 별다른 조립 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것이겠으나, 내 경우 이 키보드를 산 목적이 꽤나 명확했다. Cycle8에서 사지 못한 Peacock 컬러에 Copper Eagle 조합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Cycle8은 색상도 워낙 괜찮게 나온데다, 그 중에서도 Peacock 색상은 시그니처인 만큼 비교 자체가 실례겠지만 (실제로 색상 자체도 다른 색상이기는 하다.) 적당히 어두운 계열의 색에 Copper Eagle을 매치하려는 내 목적에는 이만한 것이 없겠다 싶었다. 물론 예산이 허락한다면 아예 Cycle8을 Peacock 색상으로 하나 더 사겠지만…
예상치 못한 이슈는 F13
키의 존재였다. 보통의 키보드와 다르게, Crush80은 Esc
와 F1
사이의 간격을 줄임으로써 F12
키의 우측에 F13
키를 넣을 공간을 확보해두었다. Esc
와 F1
사이의 간격이 줄어든 거야 뭐 적응하면 어떻게든 되는 문제인데, 문제는 F13
키에 쓸만한 마땅한 키캡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Awekeys에서 노벨티 킷을 팔기는 하지만, 안 그래도 키보드보다 비싼 키캡인데 14만원에 달하는 노벨티 킷을 사는 것은 (심지어 딱 5개 들어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낭비였고, 그 대안으로 Awekeys에서 주기율표 키캡을 사려 했었고, 결제 직전까지 갔었는데, 키캡은 27,000원인데 배송비가 35,000원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되더라.
최선을 다해 타오바오를 뒤져보니 그나마 비슷한 느낌의 키캡을 찾을 수 있었다.
렌더링으로만 봐서는 확신하기는 힘들었지만, 다년간의 마비노기로 다져진 내 눈은 이 키캡이 대충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내줄 것이라 말하고 있었고, 어차피 가격도 10000원이 안 되니 더 큰 돈 쓰기 전에 이걸로 실험을 해보자 싶었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높이가 더 낮고, 표면이 Copper Eagle 키캡에 비해 훨씬 glossy한 느낌이 강하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키캡인데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럽다.
이 키를 어디에 쓸지, 이리저리 해보다가 결국은 레이어 변경 키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역사가 복잡하다.
원래 나는 Fn+Tab
키 조합을 Mac과 Windows 레이아웃 전환 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Sublime text의 Tab completion 기능을 사용할 때, 실수로 영어 트리거 대신 한/영이 전환된 상태로 한글을 입력한 후 Tab
을 누르면 한글 입력이 깨지는 문제가 계속 발생해서, 임시방편으로 Fn+Tab
키에 F18
키를 할당해놓고, 서브라임의 Tab completion 키를 F18
로 바꿔놨더랬다.
문제는, 내가 작업용으로 주로 쓰는 M0110 키보드는 VIAL을 지원해서, 이걸 탭댄스로 놓을 수가 있었지만 VIAL을 지원하지 않는 다른 키보드들은 그게 불가능해서 키보드들 사이에 다른 키매핑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즉 M0110에는 Fn+Tab
을 짧게 누르면 F18
, 길게 누르면 레이어 변경을 하도록 키할당이 가능하지만 VIA만 지원하는 다른 키보드들은 Fn+Tab
을 F18
이 먹고 있으니 새로운 키를 할당해줘야 했던 것이다. 때문에 Fn+`
키에 레이어 변경 키를 할당하는, 내 기준으로는 비직관적인 키매핑을 했어야 했던 참인데, 마침 빈 키가 하나 생긴 것이다! 다행히(?) 내가 집에서 작업용으로 굴리는 키보드들인 Q5Max, M5W 또한 레이어 변경 키를 할당할만한 빈 키(들)이 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통일된 키매핑을 해 줄 수 있었다.
가장 정석적으로 생긴 Cycle8의 경우는 이게 불가능하긴 했지만, 어차피 이 키보드는 clacky하게 빌드한 덕분에 장시간 타이핑하면 소리가 너무 우렁차서 작업용으로는 잘 쓰지 않던 차였다. 즉 이 키보드의 경우 Fn+Tab
에 F18
키를 할당할 이유가 없는 것.
덕분에 나름대로 더 합리적인(?) 키매핑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키보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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