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결국에는 스플릿 키보드에 입문해버리고 말았다. 원래 생각하던 키보드는 Bastard Keyboard에서 판매하는 Charybdis였다. 그러다가 Sofle로 첫 스플릿 키보드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1. 내가 스플릿 키보드를 잘 쓸 수 있을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바로 구매하기에는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다. 거기다가 공식적으로는 무선을 지원하지 않아서 이를 무선으로 쓰려면 부품들 몇 가지를 따로 사서 조립해야 한다.
  2. Charybdis는 어차피 Bastard Keyboard에서 도면을 공유하고 있어서 어디서 사든 폼팩터 자체는 같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ZMK로 무선을 돌리는 타오바오산 키보드를 사는 것도 꽤나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았다.
  3. 만일 스플릿 키보드를 산다면 나는 Magic Trackpad가 있으므로 두 스플릿 키보드 사이에 트랙패드를 놓고 쓸 수 있고, 그럼 Charybdis의 가장 큰 특징인 트랙볼이 사실상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우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Sofle을 산 후, Sofle과 트랙패드 조합을 우선 사용해보고 쓸만하면 Charybdis를 휴대용을 겸하여 타오바오에서 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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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제품은 Sofle v2 기반으로, 여기서 thumb cluster의 1.5u 키캡을 1u키캡으로 바꾸고 오른손의 EC11인코더를 조이스틱으로 바꾼 모델이다. 개인적으로 양쪽 모두에 인코더가 있는 오리지널 Sofle은 두 인코더를 모두 사용하기가 상당히 난해하다고 생각하던 차라서 고민없이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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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는 Magic Trackpad이고 장패드는 GMK Euler이다.

며칠 사용해 본 소감으로는, 우선 ZMK는 사용하기 편하다. QMK는 시작하려면 QMK MSYS를 깔거나 Homebrew에서 QMK를 깔아야 하는데 ZMK는 GitHub Action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 새로운 무언가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물론 환경은 한 번 구축하면 되는 것이라 이것만으로 ZMK가 QMK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키보드가 스플릿인 것은 보통 B키 문제가 가장 큰데, 나는 이를 위해 키보드가 오기 전부터 세벌식을 연습하고 있었다. 또 그러다보니 타자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아서 한글타자의 경우에는 문제를 느끼기 힘들었다. 오히려 문제는 영어타자에서 발생했는데, 영어타자는 스플릿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ortholinear배열이다보니 이 부분에서 오타가 많이 났다.

키의 경우는 우선 thumb cluster를 제외하고 알파열만 보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맞다. 왼쪽부터 차례로 배열한다면 위의 두 열에서는 두 개의 키가 빠지게 되고, 셋째 열에서는 하나의 키가 빠지게 된다. 이는 불편한 일이기는 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가령, 나중에 키맵에서 ZMK를 다룰 때 제대로 살펴보겠지만, 나는 숫자 키들에 auto-shift를 켠 상태로, 9키와 0키를 각각 빠르게 두 번 누르면 []이 나오도록 했고, 가장 오른쪽 위에는 위의 사진과 같이 -를 넣되 마찬가지로 빠르게 두 번 누르면 =이 나오도록 했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백스페이스는 왼손 thumb cluster로 옮겼다. 그 외에도 여러 수정이 있고, 지금도 써 가면서 바꾸고 있지만 어쨌든 핵심은 이 정도는 그렇게까지는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이스틱이 예상보다 쓸만하다. 조이스틱을 마우스 커서로 쓰는 레이어도 만들어두기는 했지만 트랙패드도 있고, 또 마우스를 대체하기에는 급한대로 쓸 수는 있지만 권장할 만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를 방향키로 쓰는 것이 너무 편했는데, HHKB같은 미니배열에서는 보통 Fn + ], Fn + ;, Fn + ', Fn + /을 방향키로 대체하는지라 새끼손가락의 부담이 조금 있는 반면 조이스틱은 엄지로 사용하게 되므로 그럴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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