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ja104

키보드를 처음 산 건 군대에서 전역한 2019년이다. 물론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 키보드를 안 샀을 리는 없으니 그 전에도 있기는 있었겠지만, 키보드를 산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주변기기를 산다는 느낌이었어서 그런지 기억이 딱히 나지 않는다.

전역할 즈음이 AMD 라이젠 시리즈가 한창 핫했을 때라, (인텔에 비하면) 엄청난 가성비로 PC를 맞출 수 있다는 소식에 전역하기 몇 달 전부터 열심히 PC 부품을 사 모아서 집으로 보냈었다. 그 때는 PC를 맞추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 기계식 키보드를 산답시고 광축을… 사버린 것이다. 그래도 나름 +자 스템을 사용하니 키캡놀이도 할 수 있고 하긴 했지만 역시 진짜 기계식 키보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함을 없앨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입문한 기기가 몬스타기어의 닌자104프로다. 처음에는 광축키보드 시절 썼던 란토코리아의 PPS 키캡 (어째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이랑 MMD 홀리판다 조합으로 썼었다.

하도 예전 모델이라 지금처럼 Thocky/Clacky한 소리 등등을 논할 정도로 사운드 프로파일이 잡혀있지도 않고, 사실 소리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래 쓰던 광축 키보드보다야 당연히 훨씬 나았고, 외관도 나름 미니멀한 맛이 있어서 좋았다. 키보드에 노브와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다는 것도 꽤나 신선했었고.

사실 여기에서 키보드를 바꾸게 된 것도, 딱히 키보드에 불만이 생겨서라기보다는 내가 본격적으로 키보드라는 물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인 이유가 더 크니까, 기계식 키보드라는 걸 써본 적 없는 사람이 쓰기에는 특별히 모난 점은 없는 키보드라 생각한다.

지금은 키보드를 이것저것 사 모으면서, 이렇게 특별하게 좋은 소리를 내지 않는 키보드에는 저소음 축 등등 키보드의 개성이 없는 스위치를 끼워주고 있다. 이 키보드에는 원래 저소음 월백 스위치를 끼워놨다가, 저월백을 키크론에 옮겨주면서 저소음 피치축을 끼워줬다.

  • 하우징: Ninja 104 pro
  • 스위치: Outemu Silent Peach v3
  • 키캡: Aifei Mict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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